2010년 12월 16일 목요일

또 폭력국회,예산심의 제도를 바꾸자

제 버릇 남 줄까, 연말 국회가 다시 폭력으로 얼룩졌다. 여야는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애써 쌓아올린 국격을 합동으로 무너뜨렸다. 경제는 개발도상국의 롤 모델로 칭송받고 있지만 정치는 국제적 조롱거리다. 310조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은 한나라당 단독으로 통과됐지만 볼썽사나운 모습은 예전과 한 치도 다르지 않았다.

국회는 헌법이 규정한 예산안 처리 시한(12월 2일)을 밥먹듯이 어겨 왔다. 의원들에게 "정신 차리라"고 질타하는 것도 이젠 지쳤다. 연평도 포격이 초래한 국가적 위기감도 매년 연말마다 도지는 국회의 상습적 위헌 버릇을 잠재우지 못했다. 유권자들의 엄중한 심판을 경고한들 상황은 별로 나아질 것 같지 않다. 한 분 한 분은 하나같이 똑똑한데 왜 연말만 되면 의사처리 규칙과 표결절차를 무시하고 폭력적 대결을 벌이는 동물적 야성을 표출하는 걸까. 이제 그 제도적 개선책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할 때가 됐다.

매년 9월에 소집하는 정기국회는 국정감사와 예산안 심의가 주임무다. 새해 예산안 심의는 통상 60일 정도의 기간이 주어진다. 두 달을 알뜰하게 써도 300조원을 넘어선 내년 예산안을 꼼꼼히 살피기엔 빠듯한 시간이다. 그런데도 여야는 해마다 국감 후유증으로 인한 정치적 공방에 휩싸여 허송세월하기 일쑤다. 그러다 법정시한을 넘기고 나서야 슬슬 머리를 맞대보려 하지만 그 때마다 예산안은 정치투쟁의 볼모로 전락한다.

이런 비합리적인 관행을 지속하는 건 국가적 낭비다. 내년 예산은 국회의원 1인당 평균 1조원을 심사하는 천문학적 규모다. 예산은 단돈 1원까지 납세자들의 땀이다. 이렇게 소중한 돈을 기약 없이 깔아뭉개고 있다가 여당은 어느 날 갑자기 날치기 처리하고 야당은 톱과 망치를 들고 저항하는 작태가 더 이상 되풀이돼선 안 된다. 

미국·일본·독일 등 선진국들은 예산안을 연중 심사하거나 예결위를 상설 운영하는 등 납세자의 세금 관리에 최선을 다하려 노력한다. 연말에 콩 볶듯 몰아치지 말고 우리도 제도를 바꿔보자.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면 그렇게 하자. 의회민주주의 체제 아래에서 국회를 없앨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세제개편안 누더기 만든 국회

올해도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국회심의 과정에서 누더기가 되고 말았다. 여야 간 이해다툼과 이익단체들의 로비 등에 밀려 원안이 변질되거나 연장, 유보되는 것은 물론 아예 무산된 경우도 적지 않다. 한마디로 조세체계가 엉망이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세수확보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정부 조세정책에 대한 신뢰성도 크게 떨어지게 됐다. 

해마다 세제개편안이 누더기가 되는 것은 국회가 조세제도 같은 중요 사안을 큰 틀과 긴 안목에서 보지 않고 청목회 사건이 보여주듯이 이익단체들의 로비나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에 편승해 제멋대로 고치기 때문이다. 내년 세제개편안의 경우 이 같은 폐단이 심하게 나타났다. 정부가 과세형평성 제고를 위해 역점을 둔 세무검증제는 아예 무산되고 말았다. 세무검증제는 의사ㆍ변호사ㆍ학원 등 전문직 사업자나 현금수입 업종 사업자 가운데 연간 수익이 5억원 이상인 경우 소득세를 신고할 때 세무사나 회계사로부터 검증을 받도록 하는 제도다.

그러나 국회가 관련 이익집단의 반발에 밀려 포기한 것이다. 20년째 끌어온 고가 미술품, 그것도 작고한 작가의 작품에 대한 양도세 부과안 역시 2년 유예로 결론이 났다. 이명박 정부의 최대 공약 가운데 하나인 법인세ㆍ소득세 감세논의도 변죽만 울리는 데 그쳤다. 기업투자 확대, 소비촉진 등 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진해온 감세정책이 물 건너간 것이다.

세율 및 항목조정을 수반하는 세제개편은 정책목표 달성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지난 8월 정부가 마련한 내년도 세제개편안은 국정 최대현안인 일자리 창출과 재정건전성 제고에 중점을 두고 있다. 갈수록 커지는 국가부채를 줄이고 시급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불요불급한 비과세ㆍ감면 법안을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한편 세율은 낮추되 세원발굴은 확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회심의 과정에서 당초 정부안과는 완전히 딴판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국민경제적인 후유증이 큰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정치권의 포퓰리즘으로 내년도 세수확보는 물론 오는 2014년을 목표로 하고 있는 균형재정 달성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정부 조세정책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는 점이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국회에서 누더기가 되는 일이 더 이상 반복돼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정부도 사전에 국회와의 의견조율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난장판 속 예산통과 국회는 부끄럽지 않나

새해 예산안 처리를 놓고 '폭력 사태'를 연출하던 국회가 결국 한나라당과 미래희망연대 등 일부 의원만 참석한 가운데 변칙적으로 예산안을 처리했다. 정기국회 회기 마감일인 9일 전에 예산안을 처리하자는 한나라당에 맞서 정기국회 후 임시국회를 소집해 예산안을 연말까지 다루자고 주장했던 민주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석 166명, 찬성 165명, 반대 1명의 표결로 예산안이 처리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모처럼 여야 의원들이 함께 예산안을 처리했던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해마다 여당 단독으로 예산안을 밀어붙이는 고질적인 행태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국회는 도대체 국민 앞에 부끄럽지도 않은가. 난장판 속에서 예산안을 처리해 대한민국의 후진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국격을 땅에 떨어뜨리는 자들이 과연 국민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가. 나라의 한 해 살림에 쓰이는 예산은 그 재원이 국민의 피땀 어린 세금이다. 이를 한 푼이라도 아껴쓰기 위해서는 여야가 함께 철저하게 따지고 검토해야 하며 그것이 국회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하지만 이미 헌법이 정한 시한을 훌쩍 넘긴 국회는 위헌 사실을 아랑곳하지 않고 싸움질만 하다가 결국 졸속으로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말았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총선이 끝나고 새로운 국회가 출범할 때마다 국회의원들은 몸싸움을 하지 않고 여야가 대화를 통해 국가 현안을 처리하겠다고 다짐했다. 18대 국회 출범 때도 그랬다. 하지만 이게 공염불이었음이 또다시 드러난 것이다.
국회의원들에게 과연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사사건건 대결 국면을 펼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당리당략과 표 때문에 억지를 부린다면 이는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지금까지 법정 시한 내에 예산안을 처리해 본 적이 얼마나 있는가. 막판까지 몸싸움을 벌이다 허겁지겁 예산안을 처리하다 보면 졸속처리가 될 게 뻔하다. 이번에도 309조5518억원의 정부 예산안 중 2조5718억원이 감액되고, 2조767억원이 증액돼 예산은 결국 4951억원밖에 삭감하지 못했다.
국회가 더 이상 파행을 지속해선 안 된다. 무조건 반대하고 보자는 야당도 문제지만 대화와 타협을 무시한 채 단독으로 밀어붙이는 여당도 문제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대오각성하기 바란다.

국민도 국가도 저리 가라, 난투 국회

어지럽게 의자를 쌓아 가로막힌 국회 본회의장 통로를 한 관계자가 힘겹게 넘어가는 한 장의 사진이 8일 전 세계에 전송됐다. 로이터통신이 선정한 ‘오늘의 사진’으로 부끄러운 우리 국회의 모습이 또 세계인의 시선을 모은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민주당 등 야당과 격한 몸싸움 끝에 309조567억원의 내년도 예산안을 단독 처리했다. 고성과 욕설, 폭력이 난무하는 시정잡배들의 패싸움과 다를 바 없는 한심하고 민망한 구태는 올해도 어김없이 재현됐다. 그나마 전기톱과 쇠망치가 등장하지 않은 것이 예전과 달랐다. 

정치권에 철저히 우롱당한 국민들은 이제 더 이상 실망할 애정도 관심도 없다. 더욱이 지금은 북한이 우리 영토에 포탄을 쏘아대고 제2, 제3의 공격도 불사한다고 으름장을 놓는 국가안보 위기 상황이 아닌가. 입만 열면 국가의 미래와 서민을 걱정한다는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의 안중에는 정치적 이해관계만 있을 뿐 국민도 국가도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누구를 위해 이들은 이토록 처절한 난투극을 벌이는지 허망하고 답답할 뿐이다.

이번 국회 파행은 따지고 보면 처음부터 예정된 결과였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른바 ‘4대강 예산’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치했다. 여당은 관련 예산을 3000억원가량 삭감할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 등 야당은 70%나 되는 6조7000억원을 깎아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이미 전체 공정의 절반 이상 진행된 국가 사업을 접으란 것이나 마찬가지로, 한나라당으로선 수용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합리적인 타협안을 모색하라고 여론이 연일 질타했지만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이미 실종된 뒤였다. 그리고 직권상정-본회의장 점거-경호권 발동-강행처리라는 정해진 수순이 이어진 것이다.

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놓고 ‘의회에 대한 폭거’라며 향후 정치 일정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역시 예정된 수순이다. 하지만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민주당 책임이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애초부터 타협의 여지를 없애고 정치적 명분만 확보하려 했던 속내를 모르는 국민은 적다. 난장판 국회의 잘잘못을 따지려는 게 아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국민들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나마 정치권에 일말의 양심이 남았다면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차질 없이 처리하기 바란다.

또다시 연말 난장판으로 끝난 예산국회

결국은 다시 이 모양 이 꼴이다. 총액 309조 567억원의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법안을 여당 단독으로 처리한 어제 국회의 모습은 세월과 민심의 변화에 아랑곳하지 않고 변함없이 펼치는 추태와 다름없다. 연말이면 으레 보던 장면 그대로다. 

재작년 말에서 지난해 초에 걸쳐 대형 해머와 전기 톱, 소화기 등이 동원된 국회 폭력의 기억이 아직 생생한데, 또 다시 여야의 물리적 충돌로 창유리가 깨지고, 의원과 보좌관이 다치는 난장판이 벌어졌다. 민주당은 여당의 예산안 단독처리 움직임에 맞선 정당한 실력행사라고 주장하지만, 그것이 사실상의 예산안 심의 거부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닭이냐 달걀이냐의 문제일 뿐이다. 그 당연한 결과이기라도 하듯, 야당의 본회의장 및 의장석 점거, 여당의 탈환, 여당 단독의 표결처리가 순서대로 진행됐다. 

조금 달라진 게 있긴 했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을 낳았지만, 앞의 국회 폭력으로 여야 의원 4명에 벌금형이, 야당 당직자와 보좌진에 실형이 선고된 것이 그나마 효과를 발휘했는지, 몸이나 명패를 날려 의사진행을 막는 야당의원은 없었다. 플래카드나 고함으로 의지를 표명하긴 했지만 비장하거나 긴박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어차피 여당의 의사대로 예산안과 법안이 처리될 것인 만큼, 최대한 저항했다는 흔적이라도 남겨놓자는 태도에 가까웠다. 

예산국회가 이렇게 끝나고 보니 그 동안의 여야 대치로 국민이 무엇을 얻었는지 허망하고 안타깝다. 확정된 내년 예산은 애초의 정부안보다 3조원이 늘었다가 마지막에 여당이 선심 쓰듯 5,000억원 가까이를 줄였다. 예산 심의가 삭감 총액이 아니라 구체적 삭감 내용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는 상식에 비추면,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 예산심의권이 부끄러울 만하다. 

그나마 결산 심사라도 엄격하다면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예산안 심의보다 더 엉성한 실정이니, 국민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확인할 방법이 마땅찮다. 사업예산을 둘러싼 정치공방보다 모든 항목을 회계논리로 꼼꼼히 살피는 예산안 심의가 중요함을 도대체 언제쯤이면 여야가 함께 깨달을 수 있을까. 

안보위기 아랑곳없이 또 폭력국회라니…

2001년 9·11 테러 9일 후 부시 미국 대통령은 상·하원 합동회의장에 섰다. 국민의 대표 앞에서 대국민 연설을 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에 최후통첩을 전달하면서 “국제테러 조직의 전멸이 이번 전쟁의 목표”라고 선언했다. 연설 35분 동안 모두 서른 번의 박수가 터졌다.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대통령과 국민이 만나는 첫 번째 장소는 국회의사당이다. 적에게 단호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장소로도 의사당이 제격이다. 의사당은 국가가 공동체의 결의(決意)를 과시하는 대표적인 공간이기 때문이다. 9·11 때 미 의사당(the Capitol Hill)은 그 역사적인 역할을 멋지게 해냈다.

  지금 대한민국은 6·25전쟁 이래 최대의 안보위기를 맞고 있다. 북한은 제3, 제4의 도발을 공언한다. 위험은 9·11보다 큰데 한국의 의사당은 단합은커녕 '분열의 전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김정일을 향해 고함을 치고 돌을 던져야 할 의원들이 서로를 향해 소리치고 멱살을 잡았다. 국민은 올해만큼은 이런 장면들을 보지 않기를 바랐다. 안보 비상시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끝내 벌어지고 말았다. 고함과 점거, 충돌과 파괴 속에서 새해 예산안이 통과됐다.

  이번 사태에 대해 야당 측에 먼저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야당은 관습적인 폭력 투쟁을 벌여왔다. 미디어법이나 예산안 파동 때 폭력은 반복됐다. 여야 협의가 결렬되면 야당은 우선 상임위를 물리적으로 점거한다. 의장이 직권 상정을 하려 하면 본회의장을 점거한다. 여당이 표결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폭력과 충돌이 발생한다. 이번에도 야당은 국토해양위를 점거했다. 4대 강 사업 관련 '친수구역 활용 특별법'을 막기 위한 것이다. 4대 강 사업 관련 상위에서는 예산안 심사를, 예결위에서는 예산안 합의를 거부했다. 이미 절반 넘게 진행된 4대 강 사업을 포기하라는 것이었다.

 유례 없는 안보위기 상황에서 국민은 국회가 이번만큼은 예산안 통과 법정시한(12월 2일)을 지키기를 바랐다. 시한이 넘자 한나라당은 정기국회 폐회(12월 9일) 이전에 예산안을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물론 안보위기라 해서 야당이 법안·예산안 심사를 대충 넘기라는 게 아니다. 임무는 충실하게 하되 방법은 합법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야당은 예년보다 더 격렬한 폭력으로 맞섰다. 국회 본회의장 유리창을 깨고 난입했다. 이후의 결과는 국민이 지켜본 것과 같다. 거기엔 다수결도, '연평도'도 없었다.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국회의 안보위기 분위기를 더 활성화하기 위해 현명한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 대통령은 소통이 많이 부족하다. 담화만 발표했을 뿐 기자회견도, 여야 영수회담도 하지 않았다. 국회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는 건 생각도 하지 않았다. 대통령과 여당이 그런 노력을 보였으면 야당은 '자제(自制)의 책임의식'을 더 느꼈을 것이다. 여권은 아마도 “안보 상황이 발생했으니 국민이 우리 편에 설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무능한 여권, 무도(無道)한 야당이다.

졸속 예산안 날치기, 국민에 대한 폭거다

여의도에서 벌어진 여당의 ‘기습 폭격’이었다. 전술은 기민했고 행동은 전광석화와 같았다.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의 힘겨루기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때로는 거친 몸싸움 속에 여당이 단독으로 강행처리한 적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처럼 계수조정소위조차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예산안을 날치기 통과시킨 적은 없었다. 한마디로 여당의 비이성적인 폭거라고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한나라당은 정기국회 마감을 하루 앞둔 어제 오후 질서유지권을 발동해 야당 의원들을 끌어낸 채 국회 본회의를 열어 새해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을 날치기 통과시켰다. 국회는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곳곳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이런 난장판 속에서 이명박 정부는 ‘3년 연속 예산안 날치기 통과’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정치는 조정과 합의를 기본 생명으로 한다. 특히 국민의 삶과 직결된 예산안 처리는 인내와 끈기, 타협과 설득이 무엇보다 요청되는 과정이다. 하지만 여당은 이런 모든 것을 깡그리 무시했다. “어떤 충돌도 감수하겠다”는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말에서는 오직 밀어붙이면 된다는 오만과 독선이 넘쳐날 뿐이다. 야당의 무기력한 대응도 지적받을 대목이 없지 않지만 국회 파행의 책임은 전적으로 여당에 물을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이 초고속으로 예산안을 강행처리하면서 예산안 심사는 완전히 졸속으로 끝났다. 여당이 예산안 통과의 거수기를 자처했음은 예산안 액수로도 확인된다. 이날 통과된 전체 예산안은 309조567억원으로, 애초 정부안에서 고작 4951억원이 삭감됐을 뿐이다. 여당 스스로 의회에 부여된 권위와 권능을 내팽개친 낯부끄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예산안뿐만이 아니다. 4대강 주변 막개발을 가능케 하는 친수구역특별법을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 파병 동의안, 국립대학교 법인화 법안 등도 직권상정돼 날치기 처리됐다. 우리 젊은이들의 귀중한 생명, 국토의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법안들이 상임위 논의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몽땅 떨이’로 통과돼버린 것이다.

한나라당의 이런 무리수가 청와대의 지시 내지는 교감의 결과임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제 국무회의에서 “내년에도 계속 경제성장을 하려면 정기국회에서 예산안과 함께 중점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나라당은 이 대통령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방문을 위해 출국한 사이 대통령의 지시를 완수하는 돈독한 충성심을 발휘했다.

여권은 도대체 무슨 마음을 먹고 이런 비상식적인 행위를 저질렀는지 궁금하다. 연평도 사태에 편승해 힘으로 밀어붙여도 국민이 지지할 것으로 믿은 것일까, 아니면 안보 무능, 대미 굴욕외교 등에 쏟아지는 비판을 만회하려는 안간힘인가. 또는 파문이 날로 확산되는 불법사찰의 궁지에서 벗어나 국민의 시선을 딴 데로 돌리려는 계책인가. 의도야 어쨌든 분명한 것은 이런 무리수가 결국은 부메랑이 돼 돌아오리라는 점이다. 한나라당이 예산안을 날치기 통과시킨 날 여의도 국회의사당 밖에는 눈이 내렸다. 하지만 여당의 폭거는 결코 흰 눈에 덮이지 않을 것이다. 

모양새 좋지 않은 연말 국회의 예산 처리

국회는 8일 오후 의사당을 전쟁판으로 만들어가며 309조567억원 규모의 새해 정부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여야는 7일 밤부터 1박2일에 걸쳐 곳곳에서 소속 의원과 보좌진을 총동원해 집단 패싸움을 벌였다. 여당 의원은 야당측이 던진 의사봉에 머리를 맞았고, 야당 의원은 여당 의원에게 주먹으로 얼굴을 맞아 피가 터졌다.

'4대강 예산 졸속 처리 저지'를 내세워 막무가내로 국회의 발목을 잡은 야당도 문제지만 여당의 강행 처리에도 생각해 볼 부분이 있다. 여당은 '정기국회 회기내 예산 처리'를 명분으로 삼았다. UAE 파병동의안 같은 10여건의 쟁점 안건까지 처리했다. 연평도 전력보강 비용까지 들어 있고 경제상황도 유동적인 만큼 예산안 처리를 마냥 미룰 순 없는 일이다. 그렇다 해도 지금 대한민국은 연평도 사태라는 국가적 안보 위기의 한복판에 있다. 누구보다 여당은 야당과의 초당적(超黨的) 난국 극복 체제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렇다면 일주일, 아니 하루라도 더 기다려 예산을 처리하는 융통성을 발휘할 수는 없었던 걸까. 여당은 올해 예산도 지난해 12월 31일에야 통과시켰었다.

여야는 이번 폭력사태를 통해 목적이 수단을 합리화할 수 없다는 '절차의 정당성' 원칙을 다시 걷어찼다. 지난 17대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 등을 놓고 벌어졌던 여야 격돌 때의 주·조연들 가운데 다수가 이번 난투극에도 앞장섰다. 국민이 과거 그들의 폭력을 표로 심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 의사당에서 주먹을 휘두르고 의자를 내던지고 자기네끼리 멱살다짐을 한 의원들의 얼굴과 이름을 똑똑히 기억해뒀다 다음 선거에서 반드시 표로 응징해야 한다. 그러려면 국회의장은 폭행 의원들의 실태를 조사해 그들의 이름과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動映像)을 1년 내내 인터넷에 게시해야 한다.

난투극 국회, 과연 민의의 전당인지 한심하다

한국 국회는 허구한 날 왜 이 모양인가.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여야 의원들은 그제와 어제 집단폭력배처럼 멱살잡이를 하며 난투극을 벌인 끝에 여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민의의 전당이라고 말하기 무색하다. 본회의장과 중앙홀은 양측의 충돌로 욕설과 비명으로 뒤엉켰다. 발길질과 구타도 서슴지 않았다. 그제는 회의장 유리창이 박살나고 의자가 날아다니는 살풍경으로 가득 찼다. 민생은 없고 당략만 넘쳐나는 한국 정치의 현주소가 아닐 수 없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국민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안보위기 국면이다. 전 세계가 한반도를 지켜보고 있다. 미·중·일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각축전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선출직 공직자로 마땅히 짊어져야 할 책무를 지니는 의원들은 이 중대한 시점에서 행동이 남달라야 한다. 국가를 지켜내는 일에 힘을 보태고 전 세계에 한국 국회의 든든한 모습을 보여주는 일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민심의 통합을 위해 의원들이 솔선수범해도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러나 국회는 주어진 책무를 다하기는커녕 폭력 사태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다. 무분별하고 무책임하며 한심한 국회가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의 폭력적 저지도 문제지만 다수당인 한나라당의 정치력과 협상력 부재를 먼저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여야가 대치한 예산안의 최대 쟁점은 4대강 개발 예산이다. 4대강 개발의 필요성에 상당한 공감대가 마련돼 있다. 사업의 계속성을 위해서도 관련 예산은 충분히 투입해야 한다. 정기국회가 끝나는 9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당위성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군사작전 벌이듯 힘으로 단독처리를 불사한 것은 나쁜 선례로 남는다. 일방주의와 속도전은 경계해야 할 리더십이다. 한나라당이 청와대에서 제시해준 일정표에 따라 강행 처리에 나섰다면 의회주의 포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민주당과 민노당은 해머와 전기톱으로 한국 국회를 세계적인 불량상품으로 만들어 놓은 당사자다. 북한의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도발 이후 보여준 야당의 종북적 태도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 그런 야당이 이번에 또다시 물리력을 동원해 폭력 저지한 것 역시 고질병이 아닐 수 없다. 국회 폭력이 연례행사가 되고 국회가 무법지대가 돼서는 안 된다. 다수당과 다수결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매년 되풀이되는 국회 폭력사태를 막을 수 없다. 

의회 민주주의의 요체는 대화와 협상이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와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원내 사령탑이 된 후 여야는 정치를 복원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어제 오늘 국회를 보니 ‘말짱 도루묵’이다. 박희태 국회 의장은 예산부수법안 14건에 이어 아랍에미리트(UAE) 파병동의안 등 10건에 대해 심사기일을 지정해 본회의 직권상정 수순을 밟았다. 박 의장과 여야 원내내표는 국회가 이 지경이 된 데 대해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야 한다.

또 난장판 국회… 국민은 울고 싶다

우리 국회의 고질병이 또 도졌다. 한밤 난투극으로 폭력 국회가 재연됐다. 예산국회는 폭력의 기록을 3년 연속으로 늘렸다. 야당은 국회 곳곳을 점거해 민주주의 전당을 무법천지로 전락시켰다. 한나라당은 국토해양위원회 회의장을 봉쇄했고, 예결위에 이어 본회의에서도 예산안을 단독 처리해 다수의 횡포만 통하는 그들만의 국회로 추락시켰다. 민생법안은 그 틈바구니에 끼여 국민 곁으로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정쟁에 빠져 허우적대는 정치권 때문에 국민은 울고 싶다. 

국회 폭력쇼는 이틀째 계속됐다. 한나라당 현기환 의원은 병원에 실려가고, 민주당 강기정 의원은 얻어 맞고, 여성 보좌진은 깔려 실신하는 등 부상자가 속출했다. 본회의장 유리는 산산조각 났다. 동원된 의원 보좌진 등이 내뱉는 농담은 서글프다. 그들은 미디어법 통과 때 익혔던 싸움 기술을 이번엔 초반부터 실행했다고 자랑스럽게 떠들었다. 여야 구분 없이 의원들이 지역구 예산을 챙길 건 다 챙겼다는 말은 또 뭔가. 난투극 전에 잇속부터 열심히 채웠다니 순발력이 놀라울 뿐이다. 얼마 전 세비 5.5% 인상도 모자라 ‘청목회 면죄부법’을 슬그머니 추진하더니 의원들의 뻔뻔함은 끝이 없다.

국회는 안도, 밖도 못 본다. 6·25 이후 최악의 안보 위기에도 적전 분열이다. 연평도 피란민을 돌볼 생각도 않고, 구제역 확산에 조류 인플루엔자까지 터져도 오불관언이다. 그들은 흑백 논리에 빠져 산더미처럼 쌓인 민생법안을 못 본다. 한나라당은 171석이란 수의 힘만 믿고 걸핏하면 강행처리, 단독처리다. 소수 야당을 끌어안는 정치력도, 민심을 두려워하는 조심스러움도 없다. 야당은 되돌릴 수 없는 단계인 4대강 사업을 포기하라며 반대만 외쳐댄다. ‘대안 정당’으로 발돋움하려는 몸부림도, 민심을 업으려는 호소력도 찾을 수 없다. 4대강 예산 쌈박질에 폭력국회의 씨앗은 이미 잉태됐다. 

박희태 국회의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것은 당연한 조치다. 실력 저지와 단독 처리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한나라당이 국회 폭력을 막겠다며 추진해온 국회선진화법안은 1년 넘게 상임위 상정도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단독 처리하려면 이것부터 했어야 했다. 여야는 사생결단식 난투극 버릇을 뜯어고쳐야 한다. 아니면 차기 총선 때 그들을 쫓아낼 것이다.

G20 정상회의 개최국의 예산안 통과 난투극

국회는 어제 야당의 요란한 반대 속에 내년도 예산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내년 예산안은 정부 제출안보다 4951억 원 줄어든 309조567억 원 규모다. 4대강사업 예산이 2700억 원 삭감됐고, 북한의 연평도 무력도발에 따른 서해5도 전력증강예산 등 국방예산이 1419억 원 증액됐다. 서민생활 안정지원 및 복지지출 확대 방침에 따라 참전명예수당, 경로당 난방비, 대학시간강사 처우개선 사업예산도 증액됐다. 아랍에미리트 국군 파견동의안이 함께 통과돼 다음 달 특전부대 파견이 가능해졌다. 

이번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국회는 초등학생들 보기에도 민망한 난투극을 재현(再現)했다. 한나라당이 7일 내년도 예산안 강행 처리를 위한 수순을 밟자 민주당 의원들이 저지하는 과정에서 본회의장 입구의 강화(强化) 유리가 박살나고 집기가 부서졌다. 국토해양위에서는 민주당 의원 쪽에서 던진 의사봉에 한나라당 현기환 의원이 머리를 맞아 병원에 실려 갔다. 8일에는 예산안을 처리하려는 한나라당 의원들과 의장석을 점거한 민주당 의원들 간에 고함 욕설 주먹이 오가는 육탄전이 벌어졌다. 길거리 패싸움에서나 있을 법한 무법천지였다.

18대 국회는 첫해였던 2008년 12월부터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한나라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상정을 저지하려는 민주당 의원들이 쇠망치 장도리 전기톱 물대포 소화기까지 동원해 회의실 출입구를 깨부수는 바람에 ‘폭력국회’라는 오명(汚名)을 얻었다. 지난해 7월에는 미디어 관련법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 의원들 사이에 거친 몸싸움이 벌어졌다. 정기국회 회기 안에 예산안이 통과된 것은 8년 만에 처음이지만 헌법에 규정된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12월 2일)은 2003년 이후 올해까지 8년째 지키지 못했다. 

1948년 제헌국회가 개원한 지 62년이 넘었는데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에서 폭력이 관행처럼 되풀이되고 있어서야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뿌리를 내렸다고 할 수 없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개최한 나라의 이미지에도 먹칠을 하는 짓이다. 국회는 2008년 ‘망치국회’와 2009년 공중 부양(浮揚) 사건을 계기로 국회폭력방지법과 국회질서유지법안을 마련했지만 캐비닛 속에 묵혀두고 있다. 국회폭력을 퇴출시키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 유권자들은 국회에서 폭력을 행사한 의회민주주의 유린 의원들을 잘 기억했다가 2012년 총선 때 표로 심판해야 할 것이다. 

난투극 끝에 강행처리된 새해 예산

국회가 8일 오후 질서유지권이 발동된 가운데 내년도 예산안과 부수법안 등을 한나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 언젯적 일이냐는 듯 올해도 어김없이 예산안 처리를 놓고 7일 밤부터 난투극이 재현됐다. 언제까지 무책임 무신경 무상식한 구태가 되풀이돼야 하는지 한심할 따름이다.

2008년 12월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상임위 상정을 저지하려고 민주당이 쇠망치와 전기톱을 동원했고, 2009년 7월에는 미디어 관련법 때문에 난장판이 벌어졌다. 두 번 다 외신을 타고 한국 국회의 폭력성을 전 세계에 널리 알렸다. 이번에도 본회의장 출입문 강화유리가 깨지고 민주당 의원이 던진 의사봉에 한나라당 의원이 머리를 맞아 병원에 실려가는 등 파괴와 폭력의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온몸을 던져 싸우는 의원 보좌관들의 모습은 한국 정치의 역동성이 때와 장소를 벗어나 발휘되고 있음을 상징한다. 안보 위기 상황에서도 단합하지 못하고 폭력을 불사하는 극한 정쟁을 벌이고 있으니 북한이 얼마나 즐거워할 것이며 세계는 얼마나 비웃을 것인가.

이번 파행 국회는 4대강 예산을 둘러싼 대립에서 비롯됐다. 한나라당의 2700억원 삭감안에 대해 민주당은 4대강 예산의 70%에 해당하는 6조7000억원 삭감을 주장했다. 민주당은 4대강 사업을 포기하라는 것과 다름없는 주장을 함으로써 스스로 타협의 여지를 없앴다. 이는 민주당이 진정 4대강의 환경과 생태를 걱정한 게 아니라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는 비판을 부를 수밖에 없다. 정부가 4대강 사업을 강행한다는 정치적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4대강 사업에 불합리한 예산 배정은 없는지를 따지는 실사구시를 도외시한 것이다.

아랍에미리트(UAE) 파병동의안이 함께 통과된 것은 환영할 일이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피격에서 전투 경험이 없고 긴장이 풀어진 군대가 얼마나 무력한가를 여실하게 보았다. UAE 파병은 경제 외교뿐 아니라 군 전력 강화를 위해서도 천금과 같은 기회다. 309조567억원 규모의 새해 예산에는 서해5도의 전력 보강과 주민 대피시설을 위한 증액분이 포함됐다. “의회 쿠데타”라는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상투적 과장법은 빛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권은 국민이 두렵지도 않은가

한나라당이 올해에도 새해 예산안과 쟁점법안을 날치기 처리함으로써 ‘난장판 국회’가 재현됐다.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내리 3년째 계속된 모습이다. 올해의 경우는 그중에도 최악이다. 몸싸움, 난투극은 새로울 게 없지만, 예산안과 법안 상정 과정에 큰 문제가 있다. 예결위와 상임위의 심의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박희태 국회의장이 일방적으로 예산안과 법안 심사기일을 지정한 뒤 직권상정함으로써 날치기 통과의 길을 터주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예결위 계수조정소위가 진행 중인데도 단독으로 자체 수정한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또 4대강 사업의 핵심법안인 ‘친수구역 활용 특별법’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파병동의안, 한국토지주택공사법, 서울대 법인화법 등 상임위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안된 안건들도 무더기로 상정, 처리됐다. 아무리 날치기라지만 이렇게 정상적 심의 절차도 생략한 채 예산안과 법안을 한꺼번에 처리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예산안과 법안 심의라는 국회의 고유 권능마저 침해한 폭거가 아닐 수 없다.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을 넘기는 국회의 고질적 관행은 여야 막론하고 비판받을 만하나, 시한을 넘겼다고 예산 집행에 큰 문제가 생긴 적은 없다. 더욱이 국회의 예산안 심의는 국민의 혈세를 어떻게 쓰는 것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최선인지를 심도있게 검토하는 과정이다. 대통령이 독촉한 4대강 사업 예산만 해도 그 때문에 꼭 필요한 민생 관련 예산에 차질이 생긴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돌아간다. 여야의 입장 차이가 크다 해도 모든 예산항목의 우선순위와 타당성을 꼼꼼히 따져 문제점을 보완하는 것이 국회의 책무다. 법안 심사도 마찬가지다. 회기 내 처리를 이유로 논의도 제대로 안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통법부’이지 ‘입법부’가 아니다. 충분한 토론과 심의를 거치지 않은 부실 법안의 통과가 어떤 폐해와 후유증을 불렀는지는 의원들 스스로가 더 잘 알 것이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최선 아니면 차선이라도 모색하겠다는 자세가 국민에 대한 도리다. 어차피 합의 안될 바에는 속전속결이 능사라는 생각으로 밀어붙였다면 이게 어디 국민의 대표라는 사람들이 할 일인가.

명색이 집권당인 한나라당도 이를 모를 리 없을 텐데 이런 무리수를 일삼은 이유는 뻔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국회 회기(9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해달라고 수차 당부했기 때문이다. 국회를 거수기로 생각하는 청와대, 대통령만 바라보며 돌격대를 자임한 한나라당, 국회의 권능과 책임을 스스로 포기한 국회의장은 의회민주주의를 유린하고 3권분립 원칙을 훼손한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 따른 안보위기, 한·미 FTA 굴욕 협상, 불법사찰 파문 등으로 이명박 정부의 지도력에 대한 불신감이 고조되고 있는 터이다.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국민이 두렵지도 않은가.

동반성장, 말이 아닌 실천으로 증명하라

정부가 내년에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 전략을 한층 강력히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어제 이명박 대통령에게 성장잠재력이 큰 중소ㆍ중견기업 300개를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육성하는 '월드클래스 300' 방안을 보고했다. 또 최근 출범한 동반성장위원회를 중심으로 내년 11월 중 대기업의 동반성장 실적을 담은 '동반성장지수'도 발표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동반성장은 공정한 거래를 하자는 것으로,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무슨 페이버(수혜)를 준다는 것이 아니다"면서 동반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실 동반성장은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재계 내부에서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우월적 지위의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약탈의 대상이 아니라, 중요한 파트너로 인식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소기업 또한 품질과 기술 개발에 심혈을 기울임으로써 원가 경쟁력과 납기 준수 등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산업현장에서는 오랜 기간 동반성장이 실현되지 못했다.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 요구나 기술 탈취 등 불공정 행위를 벌이는 경우가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감독원 등 대기업의 부당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지금도 마련돼 있지만, 대기업의 눈치를 보느라 있는 권한조차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과 상생을 외쳐왔지만, 대기업들은 최근의 기업형 슈퍼마켓(SSM) 논란 등 동반성장이 사회적 이슈가 될 때마다 중소기업을 배려하는 시늉만 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똑같은 행태를 반복해왔다. 동반성장이 말 잔치에 그치지 않으려면, 강력한 법 집행과 구체적인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중소기업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데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현재 벌어지는 대기업의 부당행위에 눈감으면서 앞으로 잘하겠다는 약속을 믿기는 어렵다. "동반성장은 공정한 거래를 하자는 것"이라는 이 대통령의 강조가 일회성 선언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구제역 방역망 뚫릴 때까지 당국은 뭐했나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경기도에서도 발생,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사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어제 "경기 양주시와 연천군의 돼지농가에서 접수된 의심신고가 구제역으로 판정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안동 돼지농가에서 최초로 확인된 구제역이 보름여 만에 경북과는 멀리 떨어진 경기도 지역에서 발생한 것은 방역망이 완전히 뚫렸다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게다가 경기도 파주 및 연천 두 곳에서 어제 추가로 의심신고가 접수되는 등 구제역이 경기도 내에 급속히 퍼지는 양상인데도 바이러스 전파 경로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이에따라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망 구축에도 혼선이 불가피해 구제역의 전국 확산은 시간문제라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어제까지 15만마리가 넘는 가축이 살처분된 것을 감안하면 이번 일은 가축 16만마리를 살처분했던 2002년 구제역 사태를 넘는 사상 최악의 피해를 낳을 전망이다. 

이런 결과는 당국의 초기대응 미숙과 허술한 방역망 관리 탓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안동에서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돼 29일 구제역으로 판정됐다고 발표했으나 실제로는 지난달 23일부터 의심신고가 잇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초동 대응에 실패한데다 구제역 위기경보도 경기도에서 구제역이 확인된 어제서야 뒤늦게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조정했다. 또 안동을 다녀간 수의사가 신발을 갈아 신지 않았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는 등 곳곳에 허점 투성이었다. 

방역이 이렇다 보니 2000년 2002년은 물론 올해도 1월, 4월에 이어 세 번째로 구제역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방역체계로 축산업의 미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다시 구제역 청정국 자격을 회복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당국은 더 이상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번에야말로 근본적인 가축 전염병 관리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된다. 책임자에 대한 문책을 포함, 방역체계의 대대적인 혁신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 

국민의 군대인가, ‘영포라인 군벌’인가

참으로 치졸하다. 어제 육군 수뇌부 인사 얘기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며칠 전 기자간담회에서 “연말 대장급 인사는 없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곧바로 황의돈 육군참모총장의 부동산 문제가 한 언론에 의해 불거졌다. 이 문제는 이전 보직에 기용될 때 그런대로 검증된 사안이었다. 하지만 이후 황 총장은 ‘알아서’ 사퇴하고, 이명박 대통령과 이상득 의원의 경북 포항 동지상고 후배인 김상기 대장이 후임자로 발탁됐다. 결국 대통령 형제의 고교 후배를 총장으로 만들고자 모든 일이 벌어진 셈이다. 신임 장관도 바보가 됐다. 군 내부에 영이 설지 의문이다.

군 인사법상 합참의장과 육해공군 총장은 임기 2년을 보장하도록 돼 있다. 군 전력을 유지하기 위해 군령 책임자한테 최소한의 안정적 입지를 만들어주자는 뜻이다. 이 정부는 이를 깡그리 무시했다. 어제 군 인사로 출범 2년10개월 된 이 정부에서 육군참모총장이 네 명째다. 전임 황의돈 총장은 6개월, 그 전 한민구 총장은 9개월짜리였다. 전임 정부 때 임명한 사람만 바꾼 게 아니라, 현 정부 안에서 수시로 사람을 갈아대고 있는 것이다. 합참의장과 한미연합사 부사령관도 현 정부에서만 각각 세번째 사람이 하고 있다. 군 지휘부는 당연히 좌불안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력이 발휘될 리 없다. 과거 어느 정부에서도 이렇게 군 인사가 흔들린 적은 없었다.

게다가 이홍기 신임 3군사령관은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연평도 포격 부실 대응의 책임자라 할 수 있는데도 승진하고 영전했다. 벌을 받을 사람이 상을 받았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행정형 군대가 아니라 야전형 군대를 만들겠다면서 군 개혁을 거론한다.

이런 인사의 귀결은 지금 군 수뇌부 진용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대장급 8명 가운데 포항 2명(김상기 육군총장, 박종헌 공군총장), 경북 김천(이홍기 3야전군사령관), 경남 진해(김성찬 해군총장) 등 영남 출신이 네 자리나 차지했다. 육해공군 참모총장을 모두 영남 출신으로 채운 것은 창군 이래 유례가 드물다. 영포라인(이 대통령의 고향인 영일·포항지역 인맥) 군벌을 확실하게 만들겠다는 모양새다. 이런 인사는 필연적으로 다른 지역 출신 인사들을 소외시키고 군의 단합을 해친다. 전력을 심각하게 좀먹을 것도 분명하다. ‘내 맘대로 인사’ 행태가 우려를 넘어 두려울 정도다. 

고용 회복세지만 청년 취업난 여전

11월 취업자 증가폭이 2개월째 30만명대를 유지하면서 고용 회복세가 이어졌다. 실업률도 3.0%로 2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취업자 증가폭은 지난 9월 20만명대로 떨어지면서 고용 회복세가 둔화되는 조짐을 보였으나 10월에 이어 11월에도 회복세가 호전됐다. 실업자는 73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8만2000명 줄었고 청년층(15∼29세) 실업률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포인트 낮아졌다. 청년실업률이 6%대로 내려선 것은 지난 5월 이후 6개월 만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취업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민간 부문의 고용회복세 덕이다. 기획재정부는 12월에도 취업자 수 증가폭이 30만명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의 일자리 사업 축소로 공공행정 부문에서 취업자 수가 감소했지만 제조업 등 다른 분야의 고용회복세가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률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0.1%포인트 늘어난 59.2%를 기록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전체 취업률 통계는 우리 경제가 견조한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청년층 가운데 20대 미만 취업자 수 감소는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20대 취업자 수는 8만4000명 감소한 반면 다른 연령층에서는 모두 증가했다. 한국 경제의 앞날을 책임져야 할 젊은이들이 여전히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어 이들을 흡수할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시급하다.

11월 고용 동향이 나아진 것으로 나타난 배경에는 또 다른 요소가 숨어 있다. 겨울철에 접어들면 건설이나 농어업 등의 종사자가 비경제활동인구로 편입된다. 실업률 통계에서 아예 빠져버리는 것이다. 게다가 인구주택총조사도 일시적인 고용 증가에 도움이 됐다. 인구주택총조사 조사요원으로 채용된 사람 가운데 신규 취업자가 4만여명이나 됐다. 이를 감안하면 11월 취업자 증가폭은 30만명에 미치지 못한다. 11월 취업자 증가폭이 사실상 지난달보다 낮아졌다는 뜻이다. 공공부문 일자리 제공 등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활동을 벌여야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

장애인 아시안게임 선수들에게 관심과 박수를

이윤리(36)씨. 2008년 베이징 장애인 올림픽에서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낸 장애인 사격계의 스타. 그녀는 13일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장애인 아시안게임 여자 10m 공기소총 입사 예선에서 10위를 기록해 결승전 티켓을 놓쳤다.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14년 전 교통사고로 척수장애 1급 판정을 받은 그녀의 다리에선 아직도 경직이 일어난다. 대회 출전 직전 전기장판에 발을 데어 2도 화상까지 입었다. 극도로 예민한 사격 종목이라 부상과 다리 경직이 정확도를 떨어뜨렸다. 그래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오늘 소총 3자세 금메달에 도전한다.

 세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휠체어에 의지하는 홍석만(35)씨. 아테네·베이징 장애인 올림픽 육상에서 금메달 3개를 거머쥔 세계적인 선수다. 14일 남자 800m에서 가볍게 금메달을 땄다. 그가 올해 6월 세운 육상 800m 세계신기록(1분34초91)은 비(非)장애인 선수의 세계기록(1분41초01)보다 6초 이상 앞선다. 휠체어 바퀴 덕분이라고? 아니다. 그는 밤마다 운동장을 200바퀴 이상 돌 정도로 엄청나게 노력했다. 팔 근육이 웬만한 사람의 허벅지 같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 대한 일반의 관심은 지난달 폐막한 본 아시안게임에 비해 한참 떨어져 유감이다. 장애인 선수들에게도 국민적 박수와 격려를 아끼지 말자. 평소 출장안마로 생계를 꾸리다 이번 대회 텐핀볼링에서 금메달을 딴 시각장애인 김정훈씨처럼, 한 명 한 명이 역경을 딛고 일어선 '인간 승리'의 주인공들이다. 나아가 장애인 스포츠 활성화 여부는 선진국의 척도이기도 하다. 베이징 장애인 올림픽에서 한국이 거둔 성적(종합 13위)도 대한민국의 객관적인 국력 순위와 비슷하지 않은가. 한국의 등록장애인 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약 242만 명. 연평균 8%씩 늘고 있다. 거의가 이윤리씨처럼 후천적 장애인이다. 이들에게 고용촉진·생계보조 못지않게 스포츠를 즐길 기회와 여건도 한껏 넓혀주어야 마땅하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 '비장애인'들과 당국의 관심과 인식 전환을 촉구한다.

이런 민방공 훈련 백 번 해도 소용없어

정부는 15일 연평도 피격과 같은 실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전국 민방공 특별 대피훈련을 실시했다. 훈련 공습경보 발령과 동시에 15분간 주민들이 실제로 지하철 역사(驛舍) 같은 대피소로 대피하는 훈련이었다. 이런 훈련은 1975년 민방위 훈련 도입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 훈련 모습은 예전 그대로였다. 정부 중앙청사 공무원들은 대피소로 피하지 않고 비상계단에 모여 웅성거렸고, 상가와 행인들이 집중돼 있는 서울 명동 같은 도심에선 민방공 훈련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듯 훈련 사이렌이 울려도 대피하는 행인이 없었다.

정부는 지난 13일 긴급 반상회를 열어 반별로 대피 요령과 대피 장소를 알려주는 전단을 나눠줬다고 밝혔다. 읍·면·동이나 국가재난정보센터 인터넷 홈페이지에 주요 대피소 위치를 소개해 놓았다고 했다. 10년 평화에 길든 국민도 그걸로 충분히 깨어나리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정부 생각이 이러니 시청료에다 국민 세금까지 쏟아붓는 국책(國策)방송 KBS도 소흘했던 게 당연하다.

국내에는 지하철, 지하주차장, 지하상가 등 2만5724개의 대피소가 있다. 그러나 6000여 개의 단독주택 지하 대피소는 시설이 너무 허술해 대피소 역할을 제대로 하기 어렵고, 다른 대피소들도 독가스 살포 같은 화생방 공격에는 무대책(無對策)이다. 대피소 안의 방송시설과 비상등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걱정이다.

미국은 2006년부터 매년 재난 대비 훈련을 하고 나면 문제점을 찾아 개선책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해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2009년 뉴욕 허드슨강에 여객기가 불시착했을 때 그 사실이 911종합상황실을 통해 즉각 뉴욕시 경찰·소방 구조팀에 전달됐고, 10여분 만에 앰뷸런스 38대가 비상 출동했고, 주변 병원 2곳은 비상응급체제에 들어갔다. 사고 1시간 만에 모든 준비가 끝나 승객과 승무원 전원을 무사히 구출했다. 구조팀은 "평소 훈련한 대로 했다"고 말했다.

훈련의 목적은 비상 상황에서 평소 훈련한 대로 행동해 안전을 확보하는 데 있다. 민방공 훈련은 높은 분에게 보여주기 위한 연극이 아니다.

늘어나는 祖孫가족 지원대책 절실하다

부모의 이혼 등에 의한 가족 해체 현상이 심화하면서 조손(祖孫)가족이 급증하고 있다. 손자·손녀가 부모 아닌 할아버지, 할머니와 생활하는 만큼 이들의 생계와 건강, 교육 등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사회적 관심이 절실하다. 한부모가정지원법이 있지만 대부분 최저생계비도 안 되는 적은 소득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실정이다.

통계청 인구총조사 자료에 따르면 조손가족은 1995년 3만5194가구에서 2010년 6만9175가구로 배 가까이 증가했다. 또 여성가족부가 조손가족 1만2750가구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82.9%의 가구가 조모나 조부 혼자 손자녀를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부모의 평균 나이는 72.6세이고, 월 평균 가구소득은 59만7000원에 불과했다.

조손가족의 가장 큰 문제는 조부모가 고령이어서 손자녀를 제대로 양육할 수 없다는 점이다. 사실상 경제적 벌이가 불가능한 피부양자들로만 꾸려진 탓에 가난과 질병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여성가족부 조사에서 조부모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양육(교육)에 따른 경제적 문제’(66.2%)였다. 초등학생 손자녀의 희망사항은 ‘가족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56.8%)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조손가족이 된 이유는 부모 이혼이나 재혼(53.2%)이 가장 많았다. 이혼율이 해마다 증가하는 만큼 조손가족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 이상 조손가족 대책을 미루거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이다. 여성가족부가 도우미 지원 등의 통합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현행 한부모가정지원법이 한계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는 만큼 별도의 조손가족지원법을 마련하는 것도 적극 검토했으면 한다. 형편이 어려운 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은 튼튼하고 촘촘해야 하는 것이다.

중국은 北 연평도발 꾸짖는 러시아를 보라

러시아가 북한의 잇단 탈선 행위에 확실하게 선을 긋고 나왔다. 라브로프 외교장관은 그제 북·러 외교장관 회담에서 강한 어조로 북의 연평도 포격을 비판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의 이행을 촉구하면서 북의 영변 우라늄 농축시설 가동에도 쐐기를 박았다. 우리는 국제외교의 보편적 잣대를 들이댄 러시아의 선택을 높이 평가하면서 북한의 후견국 지위에만 매달리고 있는 중국의 태도 변화를 주시하고자 한다.

북한 박의춘 외무상은 장관회담에서 연평도 포격은 남한의 선제공격 탓이라는 억지 주장을 폈다. 그러나 “남한 영토에 대한 포격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러시아 측의 싸늘한 반응을 접해야 했다. 러시아로선 흑백을 분명히 가린 셈이다. 반면 중국 외교부는 연평도 사태의 해법으로 6자회동을 고장난 축음기처럼 되뇌고 있다. 장위 대변인은 “북한도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에 동의했다.”고 다이빙궈 국무위원의 방북 성과를 자랑했다. 서울에서 피해자인 남과 가해자인 북을 동렬에 놓고 상호 자제와 6자회동 참여를 요구했던 황당한 태도 그대로였다.

중국의 이런 태도는 국제 도의에도 어긋나지만 긴 눈으로 볼 때 동북아의 안정을 해치는 일이다. 무엇보다 중국이 중재안으로 내놓은 6자회담 카드는 발상이나 시기 모두 문제다. 당장 6자회담이 열려 북핵문제 대신 연평도 도발을 놓고 남북이 입씨름을 벌이는 경우를 상정해 보라. 민간인까지 살상한 북한의 엄청난 만행의 초점만 흐리는 꼴 아니겠는가. 더욱이 북측은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에 이어 풍계리와 영변에서 갱도 공사로 추가 핵실험 가능성까지 시위하고 있다. 핵 포기가 아니라 단지 6자회담 참여 그 자체를 생색내며 식량과 에너지 원조를 챙기고 회담 테이블 뒤에서 핵 개발을 계속하는 북의 전술에 무한정 놀아날 수는 없지 않은가.

물론 중국 지도부의 입장에선 순망치한 격인 북한정권의 곤경이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북의 군사 도발이나 핵 개발까지 모른 체해서야 될 말인가. 이는 소수민족 분쟁과 일당지배 등 숱한 내부문제를 안고 덩치만 키우는 중국에 대한 주변국의 경계심을 키우는 일일 게다. 중국은 패권경쟁의 시각으로 북한의 불량한 행태를 두둔하는 것은 국제무대에서 스스로의 입지를 좁히는 일임을 깨닫기 바란다.

자동차업계 동반성장협약의 기대효과

자동차업계가 '동반성장 가이드라인'에 합의함에 따라 자동차산업의 발전은 물론 다른 업종의 동반성장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완성차업체 단체인 한국자동차공업협회와 부품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이 15일 동반성장협약식을 갖고 동반성장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이번 협약은 개별기업 차원을 넘어 업종 차원에서 처음 이뤄졌다는 점에서 업종별ㆍ산업별 동반성장을 위한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가이드라인의 가장 큰 특징은 중소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한 절차와 체계를 확립했다는 점이다. 가령 원자재 가격 변동으로 부품의 전체가격이 5% 이상 변동시 즉시 납품단가 변경 협의를 개시하고 납품대금 결제도 현재 60~90일에서 30~60일로 단축하며 납품업체가 중소기업일 경우 가능한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한 것이다. 또 완성차업체의 자금지원 프로그램 확대 및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추천과 함께 2차 이하 협력업체 중심의 협력창구를 활성화해 동반성장 노력이 2~3차 협력업체로 확산시켜나가기로 했다. 

완성차업계가 부품업계의 애로사항을 적극 반영한 것이다. 부품업계는 영업이익이 4~5% 수준인 현실에서 원자재 가격이 그 이상 오르는 경우에도 인상분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 납품이 어렵다며 납품가 조정의 필요성과 납품대금 단축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상생협력펀드 등 자금지원 프로그램도 보증기간의 엄격한 심사와 높은 이자율 등이 협력업체들의 활용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후방 연관산업에 대한 파급효과가 크고 일자리 창출능력이 큰 자동차산업의 특성에 비춰 이번 가이드라인은 여러 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자동차산업 전반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의 지적대로 세계 자동차산업은 개별기업 간 경쟁에서 부품업체 등 협력사를 포함한 기업군 전체의 경쟁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부품 결함으로 인한 대규모 리콜 사태로 위기에 몰린 도요타 사태는 동반성장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자동차 강국이 되려면 완성차업체뿐 아니라 부품업체들의 경쟁력이 함께 높아져야 한다. 이번 가이드라인을 계기로 부품업체들의 어려움이 해소되는 것은 물론 경쟁력이 강화돼 국내 자동차산업이 도약하는 발판이 되기를 기대한다. 

부동산 자극해 성장률 높일 유혹 빠지지 말아야

정부가 서울시 면적 4배에 해당하는 전국 2408㎢를 오늘부터 토지거래 허가구역에서 해제한다. 이번에 규제가 풀리는 땅 중에서 89%인 2152㎢는 녹지와 비도시지역ㆍ개발제한구역 등 수도권 토지다.
국토해양부는 땅값이 지난 8월 이후 하락세로 전환되고 거래량도 예년에 비해 줄어드는 등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장기간 토지거래 규제에 따른 주민 불편을 줄이려는 것이라고 이번 조치의 배경을 밝혔다. 과도한 규제로 인해 주민 재산권이 침해받는다면 개선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번에 규제가 풀린 땅 중 상당 부분이 주요 투기 대상인 수도권 녹지와 개발제한구역이라는 점은 가볍게 보기 어렵다. 더구나 서울 지역 아파트값이 지난주까지 5주째 상승세를 타는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침체를 벗어나는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정부의 이번 조치가 자칫 투기 심리에 불을 지펴 부동산시장 안정기조를 뒤흔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가뜩이나 시중에는 좀 더 나은 투자 대상을 물색하는 부동자금이 넘쳐 나고 있어 언제든 계기가 마련되면 극심한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현금ㆍ요구불 예금ㆍ머니마켓펀드(MMF)ㆍ자산관리계좌(CMA) 등을 포함한 부동자금 규모는 550조원을 웃돈다. 여기에 내년 3월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권 정기예금 잔액 50조원 향방도 주목되고 있다. 자금 물꼬를 어떻게 터주느냐에 따라 우리 경제에 교란요인이 될 수 있다.
부동산 거품의 폐해는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도 부동산 거품의 형성과 붕괴에서 비롯됐다. 유럽 재정위기 진원지인 아일랜드나 최근 휘청거리는 스페인도 문제의 뿌리는 부동산 거품이었다. 부동산 거품은 은행 체계를 망가뜨리거나 민간 부채를 정부 부채로 옮겨 국가 부도위기까지 낳는 무서운 악폐다. 세계 금융ㆍ경제위기의 단초가 된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도 주택 거품에서 탄생했다.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5%로 민간경제연구소나 국제기구 전망치(3.8~4.5%)보다 훨씬 높게 잡았다. 높은 성장률 그 자체는 선(善)이다. 그러나 혹여 부동산 투기를 자극함으로써 내수를 진작시켜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망상은 절대로 가져선 안 된다는 점을 노파심에서 강조하고자 한다.

민방위 훈련 실제 상황처럼 해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는 민방위 훈련 사이렌이 울리자 공무원들이 일제히 계단을 통해 지하로 내려가느라 정체가 빚어졌다. 그리고 계단을 다 내려가기도 전에 훈련이 끝나 다시 사무실로 돌아갔다. 일부 부처에서는 문을 잠가둔 채 아예 대피하지 않았다. 훈련에 참가하지 않고 수업을 그대로 진행한 학교들도 있었다.

연평도 사태의 여파로 실제 상황을 가상해 민방위 특별 대피훈련이 실시된 어제 훈련 매뉴얼대로라면 공습 사이렌이 울릴 경우 주행 중인 차량은 길가에 정차하고 운전자와 승객들은 가까운 지하 대피소로 피신해야 한다. 일반 행인도 마찬가지다. 모든 가정과 직장, 학교, 다중이용시설도 예외가 없다. 그러나 실제 훈련은 참여율이 저조했을 뿐 아니라 긴박감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서울 중심가만 해도 도로 중간에 차량을 세워두거나 차 안에서 그대로 대기한 운전자가 많았다. 백화점이나 대형 상가 같은 다중이용시설에서는 훈련을 실시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소방방재청은 전 국민의 20% 정도인 1100만 명 정도가 이번 훈련에 동참한 것으로 집계했다. 훈련에 참여했더라도 실제 상황이라고 인식하기보다는 마지못해 건성으로 응한 사람이 많았다. 이런 식의 훈련이라면 북의 도발로 국지전이나 전면전이 발발했을 때 국민이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상시 전쟁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이스라엘은 민방위훈련이 철저하기로 유명하다. 수시로 실시하는 훈련에는 군인과 민방위대원, 시민이 총동원된다. 적의 공습이 있거나 전쟁이 나면 어떻게 대처할지를 모든 국민이 실제 상황처럼 훈련하는 것이다. 작년 6월엔 이런 훈련을 닷새간 진행했다. 이스라엘은 전 국민에게 방독면을 지급했고 대피시설 마련과 지정을 법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이스라엘 예비군은 제대 후 매년 자신이 복무했던 군부대에 가 한 달간 신무기 사용 훈련을 받는다.

정부는 이번 훈련을 철저히 분석해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바란다. 실제 상황과 다름없게 훈련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가정통신문 방송 등 홍보를 통해 모든 국민에게 대피와 대처 요령을 알리고 국민의 경각심과 자발적인 동참을 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연평도 사태에서 보듯 북의 도발 가능성은 이제 가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세계에서 가장 호전적인 집단을 지척에 두고 있는 국민으로서 자신의 안전은 스스로 지킬 줄 알아야 한다.

애기봉 성탄트리, 평화의 메신저 되길

서부전선 최전방인 경기도 김포시 애기봉의 대형 성탄트리가 7년 만에 다시 불을 밝힌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올 성탄절을 기해 애기봉 등탑에 전구를 단 성탄트리를 만들고 점등식을 갖자고 제의한 데 대해 군이 흔쾌히 받아들였다. 점등식은 교계 지도자와 성도 등 4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21일쯤 열릴 것으로 보인다.

애기봉 성탄트리 재점등은 종교적, 정치·군사적으로 각별한 의미가 있다. 한국 교회는 6·25전쟁 이후 인류 구원자인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쁜 마음으로 북녘 동포들에게 알리기 위해 소나무를 이용해 트리를 만들었다. 그러다 1971년 현재의 30m 등탑을 세웠다. 매년 5000여개의 오색 전구를 달고 북쪽을 향해 성탄의 불빛을 보냈으며, 점등식과 함께 치르는 성탄 예배를 통해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했다. 수십년 동안 자유와 평화의 등대 역할을 해온 셈이다.

하지만 2004년 열린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북측은 “애기봉 철탑과 자유로 차량 불빛이 우리를 가장 자극한다”며 철거를 요구했고, 남측이 이를 수용함으로써 성탄트리 점등은 중단됐다. 애기봉과 북한의 거리는 3㎞에 불과하고, 성탄트리를 점등하면 멀리 개성에서도 훤히 볼 수 있다. 군이 이번에 점등을 허용한 것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공격을 자행한 북한 당국을 향해 심리전을 본격화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북이 싫어한다고 해서 점등 안할 이유가 없다는 게 우리 군의 판단이다. 군은 심리전 일환으로 이미 대북 FM 방송을 실시하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대북 전단 40만장을 살포했다.

군의 판단과 관계없이 성탄트리 재점등은 한국 교회가 전쟁이 아닌 평화를 간절히 호소하는 대북 메시지를 담고 있다. 북의 연평도 공격 이후 남북한 주민들은 전쟁 발발 가능성을 두려워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전쟁을 막는 길은 남북한 당국자들이 그리스도의 사랑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것밖에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어떤 이유로도 전쟁만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 아기 예수의 바람이라고 본다. 애기봉에서 다시 불 밝히게 될 성탄트리가 한반도 평화의 메신저가 되기를 기원한다.

실질적인 내부고발자 보호 장치 필요하다

한 지방경찰청 상담센터에서 상담사로 일하던 김모씨가 최근 내부고발을 한 지 한달 만에 해고됐다고 한다. 함께 근무하는 여경이 수시로 TV를 보는 등 일을 태만히 하고 상담사들에게 폭언하는 것을 보고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알렸는데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다. 특히 상급자는 김씨의 고발행위를 비꼬았고, 다른 간부는 밤늦게 전화해 괴롭히기까지 했다. 내부고발자에게 가해지는 불이익과 폭력의 전형이다. 국세청장의 권력 남용을 비판한 김동일 나주세무서 계장과 “4대강 사업이 대운하”라고 폭로한 김이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 등 그제 참여연대로부터 ‘제1회 의인상’을 받은 사람들이 모두 비슷한 불이익을 받았다. 

특정 집단 내부에서 저질러지는 부정부패와 비리를 밖에 알림으로써 공공의 안전과 권익을 지키는 내부고발자의 사회적 기여는 지대하다. 이들의 고발이 없으면 은밀하게 이뤄지는 내부 비리를 밝혀낼 도리가 없다. 1990년 이문옥 전 감사관과 윤석양 이병의 고발이 없었으면 재벌의 부도덕한 재산증식과 보안사의 민간인 사찰이 어떻게 알려졌을까. 1992년 군부재자 투표 비리를 폭로한 이지문 중위의 용기와 희생이 없었으면 그렇게 일찍 장병들의 투표권 행사가 보장되지 못했을 것이다. 

2002년 부패방지법 도입으로 우리나라도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장치를 마련해놓고 있다. 하지만 김씨 등의 사례에서 보듯 이 법은 공익제보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해주지 못하고 있다. 2005년 한국행정연구원이 공직사회 내 부패행위를 신고한 공직자 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중 43.3%가 신고한 것을 후회한다고 답했다. ‘신고 후 징계와 인사조치 등 유·무형의 보복을 받았다’는 응답도 66.7%였는데, 이 같은 상황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공익제보자를 배신자로 몰아 집단적으로 따돌리는 사회적 분위기도 문제다. 공직사회나 기업은 내부고발이 나오면 비리를 확인하는 일보다 제보자 색출에 먼저 나선다. 고발 동기를 개인적 불만이나 영웅심리로 몰아 취지를 희석시키는 일도 다반사다. 지난 2월 정부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아직까지 처리되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이 제출한 사기업 내 공정거래 위반행위 신고자 보호 및 포상금 지급 법안도 잠자고 있다. 공익제보자에 대한 유·무형의 탄압을 막아 내부고발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