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16일 목요일

부동산 자극해 성장률 높일 유혹 빠지지 말아야

정부가 서울시 면적 4배에 해당하는 전국 2408㎢를 오늘부터 토지거래 허가구역에서 해제한다. 이번에 규제가 풀리는 땅 중에서 89%인 2152㎢는 녹지와 비도시지역ㆍ개발제한구역 등 수도권 토지다.
국토해양부는 땅값이 지난 8월 이후 하락세로 전환되고 거래량도 예년에 비해 줄어드는 등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장기간 토지거래 규제에 따른 주민 불편을 줄이려는 것이라고 이번 조치의 배경을 밝혔다. 과도한 규제로 인해 주민 재산권이 침해받는다면 개선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번에 규제가 풀린 땅 중 상당 부분이 주요 투기 대상인 수도권 녹지와 개발제한구역이라는 점은 가볍게 보기 어렵다. 더구나 서울 지역 아파트값이 지난주까지 5주째 상승세를 타는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침체를 벗어나는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정부의 이번 조치가 자칫 투기 심리에 불을 지펴 부동산시장 안정기조를 뒤흔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가뜩이나 시중에는 좀 더 나은 투자 대상을 물색하는 부동자금이 넘쳐 나고 있어 언제든 계기가 마련되면 극심한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현금ㆍ요구불 예금ㆍ머니마켓펀드(MMF)ㆍ자산관리계좌(CMA) 등을 포함한 부동자금 규모는 550조원을 웃돈다. 여기에 내년 3월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권 정기예금 잔액 50조원 향방도 주목되고 있다. 자금 물꼬를 어떻게 터주느냐에 따라 우리 경제에 교란요인이 될 수 있다.
부동산 거품의 폐해는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도 부동산 거품의 형성과 붕괴에서 비롯됐다. 유럽 재정위기 진원지인 아일랜드나 최근 휘청거리는 스페인도 문제의 뿌리는 부동산 거품이었다. 부동산 거품은 은행 체계를 망가뜨리거나 민간 부채를 정부 부채로 옮겨 국가 부도위기까지 낳는 무서운 악폐다. 세계 금융ㆍ경제위기의 단초가 된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도 주택 거품에서 탄생했다.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5%로 민간경제연구소나 국제기구 전망치(3.8~4.5%)보다 훨씬 높게 잡았다. 높은 성장률 그 자체는 선(善)이다. 그러나 혹여 부동산 투기를 자극함으로써 내수를 진작시켜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망상은 절대로 가져선 안 된다는 점을 노파심에서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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