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16일 목요일

국민도 국가도 저리 가라, 난투 국회

어지럽게 의자를 쌓아 가로막힌 국회 본회의장 통로를 한 관계자가 힘겹게 넘어가는 한 장의 사진이 8일 전 세계에 전송됐다. 로이터통신이 선정한 ‘오늘의 사진’으로 부끄러운 우리 국회의 모습이 또 세계인의 시선을 모은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민주당 등 야당과 격한 몸싸움 끝에 309조567억원의 내년도 예산안을 단독 처리했다. 고성과 욕설, 폭력이 난무하는 시정잡배들의 패싸움과 다를 바 없는 한심하고 민망한 구태는 올해도 어김없이 재현됐다. 그나마 전기톱과 쇠망치가 등장하지 않은 것이 예전과 달랐다. 

정치권에 철저히 우롱당한 국민들은 이제 더 이상 실망할 애정도 관심도 없다. 더욱이 지금은 북한이 우리 영토에 포탄을 쏘아대고 제2, 제3의 공격도 불사한다고 으름장을 놓는 국가안보 위기 상황이 아닌가. 입만 열면 국가의 미래와 서민을 걱정한다는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의 안중에는 정치적 이해관계만 있을 뿐 국민도 국가도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누구를 위해 이들은 이토록 처절한 난투극을 벌이는지 허망하고 답답할 뿐이다.

이번 국회 파행은 따지고 보면 처음부터 예정된 결과였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른바 ‘4대강 예산’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치했다. 여당은 관련 예산을 3000억원가량 삭감할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 등 야당은 70%나 되는 6조7000억원을 깎아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이미 전체 공정의 절반 이상 진행된 국가 사업을 접으란 것이나 마찬가지로, 한나라당으로선 수용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합리적인 타협안을 모색하라고 여론이 연일 질타했지만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이미 실종된 뒤였다. 그리고 직권상정-본회의장 점거-경호권 발동-강행처리라는 정해진 수순이 이어진 것이다.

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놓고 ‘의회에 대한 폭거’라며 향후 정치 일정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역시 예정된 수순이다. 하지만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민주당 책임이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애초부터 타협의 여지를 없애고 정치적 명분만 확보하려 했던 속내를 모르는 국민은 적다. 난장판 국회의 잘잘못을 따지려는 게 아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국민들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나마 정치권에 일말의 양심이 남았다면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차질 없이 처리하기 바란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