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회는 허구한 날 왜 이 모양인가.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여야 의원들은 그제와 어제 집단폭력배처럼 멱살잡이를 하며 난투극을 벌인 끝에 여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민의의 전당이라고 말하기 무색하다. 본회의장과 중앙홀은 양측의 충돌로 욕설과 비명으로 뒤엉켰다. 발길질과 구타도 서슴지 않았다. 그제는 회의장 유리창이 박살나고 의자가 날아다니는 살풍경으로 가득 찼다. 민생은 없고 당략만 넘쳐나는 한국 정치의 현주소가 아닐 수 없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국민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안보위기 국면이다. 전 세계가 한반도를 지켜보고 있다. 미·중·일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각축전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선출직 공직자로 마땅히 짊어져야 할 책무를 지니는 의원들은 이 중대한 시점에서 행동이 남달라야 한다. 국가를 지켜내는 일에 힘을 보태고 전 세계에 한국 국회의 든든한 모습을 보여주는 일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민심의 통합을 위해 의원들이 솔선수범해도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러나 국회는 주어진 책무를 다하기는커녕 폭력 사태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다. 무분별하고 무책임하며 한심한 국회가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의 폭력적 저지도 문제지만 다수당인 한나라당의 정치력과 협상력 부재를 먼저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여야가 대치한 예산안의 최대 쟁점은 4대강 개발 예산이다. 4대강 개발의 필요성에 상당한 공감대가 마련돼 있다. 사업의 계속성을 위해서도 관련 예산은 충분히 투입해야 한다. 정기국회가 끝나는 9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당위성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군사작전 벌이듯 힘으로 단독처리를 불사한 것은 나쁜 선례로 남는다. 일방주의와 속도전은 경계해야 할 리더십이다. 한나라당이 청와대에서 제시해준 일정표에 따라 강행 처리에 나섰다면 의회주의 포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민주당과 민노당은 해머와 전기톱으로 한국 국회를 세계적인 불량상품으로 만들어 놓은 당사자다. 북한의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도발 이후 보여준 야당의 종북적 태도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 그런 야당이 이번에 또다시 물리력을 동원해 폭력 저지한 것 역시 고질병이 아닐 수 없다. 국회 폭력이 연례행사가 되고 국회가 무법지대가 돼서는 안 된다. 다수당과 다수결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매년 되풀이되는 국회 폭력사태를 막을 수 없다.
의회 민주주의의 요체는 대화와 협상이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와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원내 사령탑이 된 후 여야는 정치를 복원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어제 오늘 국회를 보니 ‘말짱 도루묵’이다. 박희태 국회 의장은 예산부수법안 14건에 이어 아랍에미리트(UAE) 파병동의안 등 10건에 대해 심사기일을 지정해 본회의 직권상정 수순을 밟았다. 박 의장과 여야 원내내표는 국회가 이 지경이 된 데 대해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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