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16일 목요일

또 폭력국회,예산심의 제도를 바꾸자

제 버릇 남 줄까, 연말 국회가 다시 폭력으로 얼룩졌다. 여야는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애써 쌓아올린 국격을 합동으로 무너뜨렸다. 경제는 개발도상국의 롤 모델로 칭송받고 있지만 정치는 국제적 조롱거리다. 310조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은 한나라당 단독으로 통과됐지만 볼썽사나운 모습은 예전과 한 치도 다르지 않았다.

국회는 헌법이 규정한 예산안 처리 시한(12월 2일)을 밥먹듯이 어겨 왔다. 의원들에게 "정신 차리라"고 질타하는 것도 이젠 지쳤다. 연평도 포격이 초래한 국가적 위기감도 매년 연말마다 도지는 국회의 상습적 위헌 버릇을 잠재우지 못했다. 유권자들의 엄중한 심판을 경고한들 상황은 별로 나아질 것 같지 않다. 한 분 한 분은 하나같이 똑똑한데 왜 연말만 되면 의사처리 규칙과 표결절차를 무시하고 폭력적 대결을 벌이는 동물적 야성을 표출하는 걸까. 이제 그 제도적 개선책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할 때가 됐다.

매년 9월에 소집하는 정기국회는 국정감사와 예산안 심의가 주임무다. 새해 예산안 심의는 통상 60일 정도의 기간이 주어진다. 두 달을 알뜰하게 써도 300조원을 넘어선 내년 예산안을 꼼꼼히 살피기엔 빠듯한 시간이다. 그런데도 여야는 해마다 국감 후유증으로 인한 정치적 공방에 휩싸여 허송세월하기 일쑤다. 그러다 법정시한을 넘기고 나서야 슬슬 머리를 맞대보려 하지만 그 때마다 예산안은 정치투쟁의 볼모로 전락한다.

이런 비합리적인 관행을 지속하는 건 국가적 낭비다. 내년 예산은 국회의원 1인당 평균 1조원을 심사하는 천문학적 규모다. 예산은 단돈 1원까지 납세자들의 땀이다. 이렇게 소중한 돈을 기약 없이 깔아뭉개고 있다가 여당은 어느 날 갑자기 날치기 처리하고 야당은 톱과 망치를 들고 저항하는 작태가 더 이상 되풀이돼선 안 된다. 

미국·일본·독일 등 선진국들은 예산안을 연중 심사하거나 예결위를 상설 운영하는 등 납세자의 세금 관리에 최선을 다하려 노력한다. 연말에 콩 볶듯 몰아치지 말고 우리도 제도를 바꿔보자.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다면 그렇게 하자. 의회민주주의 체제 아래에서 국회를 없앨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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